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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도 옛말···더 진보한 ‘소물인터넷’ 시대 열린다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17-08-09 14:29 조회수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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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건설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는 ㄱ씨는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빌딩 건설 현장으로 향했다. 운전 중에 음성비서 앱으로 예약한 인근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모니터에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직원들의 안전모와 유독가스나 붕괴위험이 있는 지역에 설치한 센서가 보내는 신호로 직원이 위험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유독 가스 누출, 붕괴 위험이 있을 경우 자동으로 알려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공사 자재들이 예정된 시각에 도착할 것이라는 알림도 받았다.

점심 식사를 마칠 때쯤 초등학생인 아들 준영이 대학교 인근의 유흥가를 지나가고 있다는 알림 문자를 받았다. ‘사회적약자 시스템’이 보호대상자의 이동경로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인데 어린이들의 등·하교 때 위치를 자동으로 확인해 학부모에게 알려준다. 위험에 처하면 아이가 버튼을 누르거나 기기가 이상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경찰에 알려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다. 다행히 아직 이 기능을 써 본 적은 없다. 치매 노인의 실종을 막거나 여성들의 안전한 귀갓길을 위해 이런 기능이 쓰이기도 한다.

오후에 옆 차 주인이 문을 열면서 내 차와 부딪혔다는 알림을 받았다. 충격 감지 센서가 실시간으로 차량 정보를 알리는 ‘IoT 블랙박스’ 서비스에 가입한 이후 받는 알림이다. 크게 신경쓸 정도는 아니라 무시했다. 저녁 퇴근길엔 약국에 들러 둘째 출산 후 빈혈기가 있는 아내를 위해 철분제를 샀다. 웨어러블기기에서 보내는 건강 정보를 가족끼리 공유하도록 해 놨기 때문에 물어보지 않아도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사무실에서 시동을 미리 걸어놔서 차를 타자 에어컨의 냉기가 가득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기상정보회사가 와이퍼의 움직임을 측정한 정보를 데이터 거래소에서 얻어 국지적인 강우량까지 알려준다.

집 현관 앞에 도착하니 내 얼굴과 음성을 인식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집에서 사용하는 전기·수도·가스는 실시간으로 사용량이 체크된다. 이젠 검침원을 볼 수 없는 세상이다. 스마트 냉장고가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조리가 가능하다고 추전한 음식 중 김치찌개를 택해 요리를 했다. 저녁 뉴스는 노후화된 교량에서 붕괴 조짐이 확인돼 출입이 통제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붕괴 위험이 있는 교량이나 건물에 붙어있는 스마트 스티커가 찢어지면서 위험 신호를 보낸 덕분이다. 이런 기기들 덕분에 사람이 직접 다리 중간이나 건물 외벽을 검사하지 않아도 바로 위험 정도를 알 수 있다.

SK텔레콤 제공.

ㄱ씨가 경험한 일들은 모두 현재 이용할 수 있거나 곧 가능해질 서비스들이다. ‘사회적약자 시스템’과 유사한 서비스들은 양산시나 용산구청 등 25곳 이상의 지자체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고 가스 검침을 원격에서 하는 서비스도 지난해 중반부터 일부 지역에서 도입됐다. 주차 예약도 올해 3분기 카카오파킹으로 이름이 바뀌는 ‘파크히어’ 서비스로 서울·경기 지역에서 가능하다.

다양한 사물이 통신장치와 센서로 망에 연결되어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동작을 제어하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의 세상이 올 하반기 본격화될 전망이다. 웨어러블 기기 등 비교적 크기가 작고 사물 간 교환하는 데이터의 양이 많지 않은 기기를 소물(Small Thing)이라고 하며, 이러한 소물에 적용되는 사물 인터넷 기술을 소물인터넷이라 한다. 지난달까지 소물인터넷을 위한 전국망들이 속속 깔리고 관련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사물인터넷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소물인터넷은 실시간 영상정보를 처리하는 자율주행과 같은 일반적인 사물인터넷과 달리 온도·습도 등 센서 데이터, 위치 데이터 등 소량의 데이터를 장시간 안정적인 속도로 주고받는데 특화된 서비스이다. 저전력 장거리 통신 기술(LPWA; Low Power Wide Area)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통신 반경이 수십 ㎞로 넓고 전력 소모가 적어 단말 배터리 수명이 수년간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소물인터넷의 기술 표준은 SK텔레콤이 지난해 6월부터 활용 중인 로라(LoRa)와 KT·LG유플러스가 지난달 공동으로 전국망을 구축한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이 있다. 이통 3사 모두 영상 모니터링 등 실시간 중용량 데이터가 필요한 소물인터넷 서비스에는 통신사의 LTE 망을 그대로 사용하는 저전력 장거리 통신 표준 기술인 LTE-M을 활용하고 있다.

소물인터넷 분류. KT제공
통신사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대신할 새로운 수익원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에 힘을 쏟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위치 측정 전문 스타트업 스파코사와 협력해 위치 추적 단말기 지퍼(Gper) 서비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로라망을 활용한 22개의 서비스를 선보였고 올해 내로 공공안전·산업 분야 서비스를 포함해 50종의 상품·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로라를 활용해 소의 이력을 관리하고 질병·임신 등 소의 신체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라이브케어(Live Care)’서비스를 출시했다. 라이브케어 서비스는 소의 첫번째 위에 로라 통신 모듈을 탑재한 바이오캡슐을 투입해 소의 체온과 산도 등을 모니터링해 소의 질병 징후와 발정 탐지, 수정 적기 예측, 분만 징후 파악, 물 마심 횟수를 제공한다. 해외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중국 충칭시 등과 사업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가스 원격 검침, 스마트 가로등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KT는 지난해 말 센서와 GPS, 무선 통신 모듈을 갖춘 작업자용 안전띠를 선보였는데 이를 사용하면 아파트 등 건설현장에서 작업자의 추락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물류 관리 서비스인 ‘콜드체인’ 서비스는 온도에 민감한 제품 배송 시 상차부터 하차 단계까지 배송 상태와 품질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주는 서비스다. 지난달 6일에는 스마트 IoT센서를 부착한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을 쪽방촌 독거노인 80가구에 시범적으로 제공했다. 동작감지 기능을 갖춘 스마트 IoT센서는 할머니·할어버지의 움직임이 장기간 없을 때 사회복지사에게 바로 알려준다. 문자·음성 자동변환(Text to Speech·TTS)과 비상벨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안내방송이나 긴급 상황 전달도 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현대해상과 ‘IoT 기반의 보험융합상품 공동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NB-IoT 기반 위치 추적기를 활용한 어린이 보호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두 달 후 출시될 현대해상과의 보험융합상품이 NB-IoT 기반의 최초의 소물인터넷 서비스가 될 것 같다”며 “향후 소물인터넷을 활용한 IoT 블랙박스, 건강, 여행 등 다양한 융합상품으로 확대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에서 봤던 것들이 소물인터넷으로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 몇년 동안 기업들이 소물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로 소비자들의 행동패턴을 확인해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상품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평소 과속한게 드러나면 안전운전을 하지 않은 운전자로 판단해 보험료를 산정할 때 불이익을 주거나 반대로 안전운전을 하는 운전자의 보험료를 낮춰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예를 들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30일 강원지역 참빛영동도시가스와 NB-IoT 기반의 스마트 가스미터 기술개발 및 공동구축을 위한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도시가스 사용량 계량기에 NB-IoT 모듈을 탑재해 원격검침과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면서 검침원이 직접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관제센터에서 가구별 사용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가스 누출도 감지할 수 있다. 산악 지역이 많은 강원지역 특성상 스마트검침은 장점이 매우 크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검침원은 이제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링을 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며 “업무가 스마트해진 것이지 스마트검침으로 일자리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 3사가 사물인터넷 전국망을 깔고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올 하반기 협대역 사물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미 올해 6월 기준으로 사물인터넷 가입자는 전 달보다 약 9만명 늘어난 604만명으로 전체 무선통신 가입자(6163만명)의 9.8%를 차지했다. 가스와 수도 등 원격검침과 스마트홈이 성장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물인터넷 기기 수는 2020년 수백억 개로 예상되고 이 중 대부분은 소물이 차지한다. 사물인터넷은 통신요금 단가가 일반 휴대전화보다 낮아 통신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히지만,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지만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하는 데이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택시의 위치정보는 실시간 교통정보로 도로정체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 와이퍼의 움직임은 기상정보회사가 국지적 강우량을 측정하는 데 쓰인다. 운전자의 운전 데이터는 보험회사의 보험료 산정에 쓰이고 웨어러블 기기는 건강 정보를 이용해 개인 맞춤형 의료진단 서비스로 이어진다. 냉장고의 식품 저장량은 슈퍼마켓이 발주량을 결정하고 재고관리의 효율을 높이는 기초 자료가 된다.

소물인터넷 연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만들어진 빅데이터가 새로운 상품·서비스 개발로 이어지려면 중간에 데이터를 수집하고 유통을 원할히 하는 거래소가 있어야 한다. 각국은 데이터 거래소 설립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오므론은 지난 5월 2020년까지 모든 사물·사람이 인터넷과 연결된 사물인터넷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매매·중개하는 유통시장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미국·중국은 이미 빅데이터 거래가 활성화 단계에 있다. 중국은 이미 2015년부터 7개의 빅데이터 거래소시장을 개설해 데이터 유통 및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도 데이터 브로커 제도가 활성화돼 데이터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내 데이터 브로커 업체 수는 약 650개, 연매출 규모는 1560억달러(약 184조원)로 추정된다. 영국에서는 개인정보를 개인이 동의한다는 전제하에서 통신이나 에너지 부분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한 ‘마이 데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KTH에서 운영하는 API허브와 SK의 빅데이터허브, LGCNS의 오디피아가 민간 데이터 거래소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공공분야에서는 행자부가 운영하는 공공데이터 포털이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중국식의 단일 국가 데이터 거래소보다 민간 데이터 거래를 원할히 하는 기반 제공에 있다. 정부는 민간의 데이터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올해 데이터진흥원이 운용하는 데이터스토어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공공데이터는 내년부터 기계 학습이 가능한 형태로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에도 기업별로 데이터 유통 플랫폼은 있는데 서로 범용적으로 호환성있게 쓰려면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며 “국제표준기반 데이터 유통 플랫폼을 개발해 내년부터 적용하고 민간까지 확산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경향신문(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32&aid=0002808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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