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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4차 산업혁명 이끌 디지털 신기술]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양자컴퓨팅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17-08-03 10:43 조회수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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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벤처업계 적극 투자...
암호화, 포트폴리오 최적화, 머신러닝 알고리즘 개발 등에 활용

양자컴퓨터는 원자보다 작은 입자의 기묘한 속성을 활용해서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빠른 컴퓨터보다 특정한 종류의 계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더 빨리 처리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현재 전 세계의 온라인 거래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암호화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또 오늘날 이용되는 가장 정교한 모델보다 더 정확하고 빠른 속도로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찾고, 분자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해 신물질과 산업 공정의 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 먼 미래의 꿈같이 들리겠지만, 실제로 막대한 자금이 양자컴퓨팅에 투자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전 세계 벤처캐피털은 1억4700만 달러를 이 분야에 투자했고 여러 정부 또한 22억 달러를 연구비로 지원했다. 스타트업과 학계뿐만 아니라,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양자컴퓨팅을 연구 중이다.

양자컴퓨터는 전통적인 전자식 컴퓨터와는 매우 다른 법칙에 기반해 작동한다. 원자보다 작은 입자인 아원자 입자의 복잡하고 이상한 행동 방식을 설명하는 양자 역학의 수학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자는 명확히 구분되는 여러 가지 상태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데, 이는 중첩(superposition)이라고 알려진 현상이다. 이 때 전자가 모든 경우에 정확히 어떤 상태에 있는지 확실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 상태를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이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원자 입자들은 ‘얽혀(entangled)’있을 수 있어 한 입자의 변화가 다른 입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두 입자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에도 그러하다.

약 30여년 전, 전설적인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Richard Feynmann)은 아원자 입자의 복잡한 행동을 시뮬레이션 하는 데 필요한 계산을 수행할 만큼 강력한 컴퓨터가 없음을 한탄하면서 다음과 같은 개념을 구상했다. 이들 입자는 수학적으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행동하는데, 이런 예측 가능한 행동 자체를 입자 스스로가 수행하는 일종의 계산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입자를 활용해서 기존의 어떤 컴퓨터보다 빠르게 계산을 수행하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양자컴퓨터의 아이디어였다.

공학적 난관 많지만 활용 방안 무궁무진

양자 알고리즘은 특정 영역에서 기존 컴퓨터의 성능을 크게 능가하는데, 이는 양자 역학의 수학이 특정 계산에 훨씬 적은 단계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부 문제’는 정렬되지 않은 목록에서 무언가를 찾는 작업을 가리키는 용어다. 전화번호부에서 사람 이름이 아닌 전화번호로 누군가를 찾는 작업과 같은 문제다. 전통적인 컴퓨팅의 표준 알고리즘은 일치하는 전화번호를 찾을 때까지 각각의 항목을 검사해야 하기 때문에, 전화번호부에 있는 항목 수만큼의 검사 단계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로는 단지 전화번호부 항목 수의 제곱근값만큼의 단계만 필요하다. 즉 10억개의 항목이 있으면 단지 3만1623번(10억의 제곱근값)의 연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계산 문제에 대해 더 우월한 양자 알고리즘이 존재할 가능성은 작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양자컴퓨팅이 더 뛰어날 수 있는 모든 문제 유형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양자컴퓨팅의 응용 분야는 광범위하다. 여러 해결책이 가능할 때 최고의 해법을 찾는 최적화 기법, 암호학에서 활용되는 소인수분해, 물리 시뮬레이션, 정수론, 위상 수학 등이 있다.

한편으로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데 관계되는 공학적 난관은 막대하다. 예를 들어 디-웨이브(D-Wave) 시스템에서 개발한 장치는 은하계 공간보다 더 차가운 온도에서 외부 환경과 주의 깊게 차단해 운영해야만 한다. 또한 양자컴퓨팅의 기본 단위인 전형적인 양자 비트(bit), 다른 말로 큐비트(qubit)는 오류가 발생하기 전까지 대략 50마이크로초 정도 밖에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리고 심지어 큐비트의 값을 읽는 작업조차 매우 엄밀한 과정이 필요하다. 양자컴퓨팅에서 디지털 0과 1값의 에너지 차이가 10-24줄(joule)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어려움에도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활용 방안이 공공 및 민간부문에서 연구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이다. 바클레이즈·골드만삭스 등은 포트폴리오 최적화, 자산 가격책정, 투자 프로젝트 예산 설정, 데이터 보안 등의 영역에 대한 양자컴퓨팅의 잠재적 활용 방안을 조사하고 있다. 항공 분야에서는 에어버스가 통신·암호화 분야에서의 활용법을 연구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은 복잡한 시스템의 검증 및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개발속도 가속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미 해군은 교육 과정에 양자컴퓨팅을 포함시켰다. 데이터 저장, 잠수 로봇으로부터의 에너지 효율적인 데이터 회수법과 같은 최적화 문제 해결을 위한 알고리즘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통신, 분산화된 내비게이션, 시스템 점검 관련 활용 방안을 연구 중이다. 알리바바·구글·IBM과 같은 정보기술 기업들은 해킹 방지 암호화, 소프트웨어 디버깅, 머신러닝 등의 활용법을 작업하고 있고, 생명과학 기업들은 개인화된 약품 및 신약 개발 등에 양자컴퓨팅을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양자컴퓨팅이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요한 분야는 암호화다. 거래의 암호화와 보호를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암호화 기법은 매우 큰 숫자의 소인수를 빠르게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기반해 구축됐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컴퓨터를 이용해 128비트 AES 암호화 표준을 깨는 데는 1079경년이 걸리지만,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이론적으로 약 6개월 만에 무력화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의 공격에 버틸 수 있는 암호화 방법론, 즉 정보 시스템이 ‘양자 저항’ 할 수 있게 만드는 기법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일부 주요 IT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양자컴퓨팅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구글·IBM·인텔·HP·마이크로소프트·노키아 벨 랩·레이시온 등이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을 개발 중이다. 큐비트 및 양자 게이트(기초 회로), 양자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및 도구들, 암호화 기법 등이 포함된다.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는 다수의 스타트업 또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논란이 있지만 최초의 상용화된 양자컴퓨터를 개발한 디-웨이브 시스템 외에도 약 10여개의 기업이 양자컴퓨팅 구성 부품 혹은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도구,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 중이다.

양자컴퓨팅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최소한 앞으로 2년 동안은 양자컴퓨팅 관련 예산을 책정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점이 이 분야를 무시해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양자컴퓨팅이 빠르게 발전 중이고 여러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비즈니스 및 기술 전략가들이 양자컴퓨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당분간 대규모의 투자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내부적인 교육, 외부와의 R&D 제휴, 양자화된 세계에 대비하는 전략적 기획은 아마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출처 : 이코노미스트(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243&aid=0000006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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