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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이 보여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가치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18-02-22 09:13 조회수 10,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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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와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오마이뉴스 글:이호인, 편집:김시연]

우리나라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4차 산업을 이끌 혁명적 기술이라는 쪽과, 튤립 버블보다 더한 폰지 사기이자 도박이라는 쪽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그러나 암호화폐가 폰지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해서 육성이 가능할까?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이다.

암호화폐와 분리가 가능한 블록체인에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컨소시움 블록체인이 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주체가 하나인 경우이다. 컨소시움 블록체인은 구성하는 주체가 소수인 경우이다.

분리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에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주체는 전세계의 불특정 다수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나 컨소시움 블록체인이 인트라넷이라면 퍼블릭 블록체인은 인터넷과 같다.

암호화폐 없는 블록체인만 육성할 수도 있지만 그건 인터넷을 포기하고 인트라넷만 키우겠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이 글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으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기에 4차산업을 이끌 혁명적인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지를 다룰 것이다. 따라서 이후로 언급되는 블록체인은 모두 암호화폐를 필요로 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이라고 보면 된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만들어낼 생태계는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현존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것과 같다. 따라서 현존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해 살펴보고 그 것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을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이 글을 읽기 전에 일단 비트코인은 잊어라. 아무 가치 없는 데이터를 1000만 원, 2000만 원에 거래한다고들 이야기 하는 그 비트코인. 

요즘 한두 가지 SNS를 이용하지 않는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만약 수익을 기업이 독점하는 SNS와, 수익의 상당 부분을 글쓴이가 가져가는 SNS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둘 중 누가 사용자 확보 싸움에서 이길까?

전자라 생각한다면 이 글은 더 읽을 필요가 없고, 후자라 생각한다면 글쓴이에게 보상을 해주는 현존하는 블록체인 기반 SNS '스팀잇'에 대해 살펴보자.

스팀잇은 '좋아요'와 비슷한 '보팅'을 많이 받은 글에 보팅에 비례하여 스팀달러라는 암호화폐로 보상해주는 블록체인 기반 SNS이다.

글을 써도 글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 보상이 없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달리 스팀잇은 읽을만한 글, 그 자체로 보상을 받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심지어 반드시 글일 필요도 없다. 사진, 그림, 음악, 웹툰 뭐든지 좋다.

스팀잇은 아직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비하면 사용자가 아주 적지만, 암호화폐로 보상을 해준다는 이유로 급격히 성장중이다. 심지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스팀잇, 디튜브 같은 블록체인 기반 SNS의 등장에 조금씩 긴장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미 서비스 중인 블록체인기반 SNS 외에 수년 내로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준비 중인 스타트업도 즐비하다. 1500여 개의 코인이 발행되었다는데 그중 상당수가 이러한 SNS 관련 사업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작은 돌풍이지만 10년 후엔 현재의 공룡 SNS 기업들을 무너뜨릴 태풍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의 인터넷 환경을 지배할 혁명적인 기술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기존의 서버 클라이언트 방식으로도 보상 체계를 가진 유튜브도 있다.

그래서 스팀잇을 기존의 서버 클라이언트 방식으로 구현하는 경우와 지금처럼 블록체인의 형태로 구현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

서버 클라이언트 방식에서 보상은 전적으로 기업이 결정하며 그 보상의 투명성은 기업의 의지에 달려 있다. 수익이 100일 때 50을 보상할지 10만큼 보상할지는 기업이 결정하고 그 비율도 만약 기업이 밝히지 않으려 하면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웹툰을 운영함으로서 벌어들이는 수익과 웹툰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의 비율을 웹툰 작가들인들 알 수 있을까?

어쨌거나 서버 클라이언트 방식에서 보상은 법정화폐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각국의 화폐가 모두 달라서 세계적으로 쓰이는 스팀잇 같은 SNS의 경우, 주는 쪽이나 받는 쪽 중 누군가는 환전수수료를 부담하여야 한다.

개별 환전수수료는 작을지 몰라도 사용자가 많은 SNS의 특성상 그 합은 엄청날 것이다.
보상받을 사용자가 다수이고 그 금액이 주로 몇 천 원, 몇 만 원 정도의 소액이라면 송금 수수료의 합도 엄청나다.

이런 비용을 피하기 위해 만약 각국에 지사를 두면 그 또한 비용이 된다. 비록 기업이 수익을 사용자에게 충분히 보상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운영 비용 때문에 쉽지가 않은 것이다.

유튜브도 이 때문에 최근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최소 기준을 많이 올렸다고 한다. 다수의 소액 보상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즉, 서버 클라이언트로 스팀잇을 구현하면 보상 구조의 투명성이 낮아 믿을 수 없어지고 운영비도 많이 들어 많은 보상을 하기엔 기업에 부담이 된다.

블록체인 형태에서 보상 체계는 블록체인 설계시 확정되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대로 집행된다. 그 집행의 투명성은 해킹과 수정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상에 모두 기록되고 공개된다.

스팀잇에서 보상은 암호화폐 스팀달러로 이루어지는데 전세계 어디의 사용자라도 환전 수수료나 송금 수수료가 없다. 따라서 전 세계 몇 개국에 서비스를 하건, 지사를 둘 필요도 없다.

블록체인 구조에서 기업은 서버 운영의 부담을 암호화폐 채굴자와 함께 나누기 때문에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여도 기업의 수익도 함께 보장된다.

즉, 블록체인으로 스팀잇을 구현하면 보상 구조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운영비가 적게 들어 보상을 많이 하여도 기업도 이익을 남길수 있다.

그러면 이 경우, 보상으로 주어진 암호화폐 스팀달러는 반드시 현실 세계에서 결제 수단으로 쓰여야 할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스팀달러는 블록체인 SNS인 스팀잇 위에서 보상 체계를 유지하는 기능만 정확하게 해주면 된다. 현실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법정화폐로 교환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

버스 토큰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가? 버스 토큰으로 빵을 못 사먹는다고 화내면 안 된다. 버스 토큰은 버스를 탈 때만 잘 쓸 수 있으면 된다. 단, 법정화폐로 교환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버스 토큰을 왜 법정화폐로 교환해 줄까? 버스토큰은 버스를 탈 때 거스름 돈을 주고 받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에 그 것의 사용을 장려할 필요가 있어서이다. 법정화폐로 교환해 주지 않으면 버스토큰이 아무리 편리해도 쓸 수 없게 된다.

암호화폐를 거래소에서 법정화폐로 교환해 주어야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서버 클라이언트보다 블록체인이 인터넷 환경에서 훨씬 효율적이라서 그 안에서 쓰이는 토큰과 같은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바꿀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스팀달러는 누가 법정화폐로 교환해줄까? 다른 SNS의 성장 과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거의 대부분의 SNS 기업들은 수년간 적자를 내면서 사용자 수를 늘이는데 주력한다. 그동안은 투자자들이 그 적자를 감당한다. SNS사용자가 충분히 늘면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얻고 그 수익은 투자자와 나누게 된다.

즉, 초기에는 투자자들만이 스팀달러를 구입하고 SNS 사용자가 충분히 늘면 스팀잇에 광고를 싣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스팀달러를 구입하게 된다.

이미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스팀잇이나 디튜브 같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에 사용자를 빼앗길까 긴장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그게 헛된 공상일까?

스팀잇이나 디튜브가 아니더라도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인터넷 서비스는 지금도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그 중 어느 것인가는 분명 기존의 거대 인터넷 기업들을 무너뜨릴 역량을 지녔을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

pixabay


우리만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고, 우리만 ICO(암호화폐공개)를 금지한다고 해서, 이런 기업들이 사라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가 쓰는 SNS가 서버 클라이언트 방식이라는 사실을 모르고도 잘 쓰듯이 가까운 미래에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뭔지, 그것에 왜 암호화폐가 필수인지 모르고도 블록체인 기반 SNS를 쓰고 있을 것이다. 폐쇄와 금지만 고집하면 그러한 미래 인터넷 환경에서 우리는 도태된다.

이제 위에서 잊었던 비트코인을 다시 떠올려보자. 최초의 블록체인이지만, 그래서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이 왜 1000만 원, 2000만 원에 거래될까? 커피 한잔, 빵 하나도 못 사먹는데... 일본에서는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상점이 많이 있어서? 일본 여행 가서 비트코인으로 라면 한 그릇이라도 사먹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비트코인으로는 위에 언급한 1500여 개의 알트코인(비트코인 외의 모든 코인)을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만 접속되면 구입이 가능하다. 한화로, 엔화로, 달러로, 위안화로 구입할 수 없는 알트코인은 있어도 비트코인으로 구입할 수 없는 알트코인은 없다.

그래서 비트코인을 암호화폐의 기축통화라 부른다. 즉, 비트코인의 가치는 그 자체에 있다기 보다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는 수많은 알트코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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