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강예슬 기자] 24시간 내내 가격이 널뛰는 변동성을 보임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암호화폐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 덕이 크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블록체인 기술보다 암호화폐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미래 산업의 핵심기술로 자리하게 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엄경순 한국 IBM 전무는 19일 삼성역 섬유센터에서 KISA가 주최한 ‘제5회 블록체인 테크비즈(TechBiz)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산업 동향과 미래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 블록체인 기술 ‘비용·시간 획기적인 단축’ 

"블록체인은 기존 비즈니스 방식을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이날 연사로 나선 엄 전무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같이 정의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호화폐를 통해 해당 기술을 인지하기 시작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산업 거래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기술로, 이미 일부 기업들에서 상용화단계에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공거래장부’라고 불리는 블록체인은 모든 사용자가 자신의 거래내역은 물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타인의 거래내역까지 저장하는 시스템으로, 거래 때마다 그간 거래내역을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다. 

엄 전무는 "현재 IBM은 600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100개 정도는 이미 완료한 상태"라고 IBM사의 블록체인 기술 적용 현황을 설명했다.

IBM은 현재 글로벌 선박회사 머스크(Mersk)와 식품회사 돌(Dole), 전력회사 테넷(Tennet)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블록체인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협력을 맺었으며, 이를 통해 거래효율화를 달성했다 

그는 "IBM은 그간 4000개가 넘는 파트너사와 거래를 하면서, 통상 2만 5000개의 분쟁을 겪어왔다"며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거래과정에 도입하자 이 같은 분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며, 발생한 분쟁 또한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엄 전무의 설명에 따르면 거래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될 경우, 언제·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이 과거처럼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전수조사를 할 필요도, 파트너사와 서로 다른 주장으로 분쟁을 지속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이용자 간 공유하고 있는 정보는 일종의 공증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 모든 이용자가 공증된 장부를 공유한 덕분에 사기나 해킹 등이 거래과정에 개입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이어 엄 전무는 블록체인이 최대한 많은 국가와 산업, 부서 등에서 활용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이용자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편입될수록 보안성과 활용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 블록체인은 공유경제로 나아가는 첫 발 

실제로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되며 그 순기능을 입증하고 있다.

IBM 측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국전력공사처럼 송전시스템을 관리하는 네덜란드 전력 회사 ‘테넷(Tennet)’은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테넷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잔여 전력량과 부족 전력량을 확인한 뒤, 해당 정보를 에너지 매매를 담당하는 회사에게 제공한다. 이 회사는 테넷으로 받은 정보를 기반으로 잔여 전력은 저장시스템으로 옮기고, 전력이 부족할 때는 저장해둔 전력을 다시 전력수요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블록체인 기술로 전력 효율화가 가능해진 셈이다.  

엄 전무는 "IBM이 올해 5월 실시한 조사에서 ‘블록체인이 확장된다면 진정한 공유경제가 가능 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타났다"며 "블록체인은 현재 중개자의 역할을 하는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기업들의 역할을 대체해 공유경제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유경제는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를 의미한다. 중개를 통해 이윤을 얻는 이가 없다면, 각자에게 필요한 상품을 교환해 사용 가능한 경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대감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10월 가트너는 향후 5년 내 핵심기술로 거듭날 기술로 블록체인을 지명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IDC도 2020년에는 전 세계 은행의 절반 이상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거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엄 전무는 "업계 1인자로 거듭나기 위해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는 국내 기업도 눈에 띈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선 도입해 활용할 시 기술을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